“믿음이 추상적인 개념에 머무르지 않기 위하여…”

목사로서, 설교를 할 때나 기도를 드릴 때 애쓰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추상적이 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용어 하나하나에도 마음을 실은 솔직하고 진실한 표현이 되도록 노력하게 됩니다.

학창시절, 김동길교수의 특별강연이 학교 강당에서 있었습니다. 시작 전 학생회 임원이 대표기도를 하였습니다. 자리가 자리이니만큼 기도에 고급스러운 신학용어가 많이 등장했습니다. 기도가 끝난 후 강단에 올라온 김동길 교수는 특유의 구수한 억양으로 “로고스?, 전지전능?, 삼위일체? 지가 하나님에 대해 뭘 안다고?”라며 익살스런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모인 모든 학생들의 폭소가 터졌지만, 그 한 마디에 신학생들이 오히려 교리적인 단어의 나열로 추상적인 기도를 드리기 쉽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저는 설교시간에 현대적인 어체로 번역되어 있는 성경을 읽을 때가 많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오래된 번역은 단어가 때로 생소하게 여겨져서, 그 의미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번역은 읽기만해도 금방 이해가 되고, 그 뜻을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막연한 종교적 개념에 머무르지 않고 나의 삶과 연결된 성경 말씀으로 받아들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다양한 여러 번역으로 성경을 읽게 됩니다. 설교에 사용하는 표현도, 어려운 신학적이거나 철학적인 표현보다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표현을 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대표기도를 할 때나 개인기도를 할 때도 의미 없는 단어나 추상적인 표현은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면, 영적인 북동풍이 불어와…, 그리스도의 푸른 계절을 오게 하시고… 등과 같은 표현입니다. 우리교회에서는 들어보기 힘든 기도이지만, 외부에 나가면 쉽게 들을 수 있는 표현들입니다. 이런 추상적인 표현은 공허한 기도가 되기 쉽습니다. 한 문장, 한 단어에도 진솔한 마음이 담긴 소박한 기도가 좋습니다. 그래서 전 우리교회 예배의 기도 순서를 맡은 장로님들의 기도가 새로 오신 분들에게도 마음에 와 닿고 은혜로운 기도가 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 있다고 믿습니다.

로버트 풀검이 쓴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는 베스트셀러가 된 책에서도 볼 수 있듯이, 진리는 어려운데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너무 종교적이고 추상적인 개념만을 붙들고 있으면 실천적인 믿음의 사람이 되기 어렵습니다. 평범한 일상 생활과 이웃들의 소박한 삶 속에서 얼마든지 함께 나눌 수 있는 진리가 바로 성경의 진리입니다.

신앙생활은 개념이 아니라 실천입니다. 이것이 나의 믿음에 도움이 되는가? 이것이 영혼 구원에 도움이 되는가? 이 두 가지를 삶 가운데 늘 질문하면서, 적용하며 사는 삶이 바로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며 사는 삶”입니다.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실천적인 삶입니다.

예수님께서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신 것처럼, 우리의 신앙은 우리 삶의 현장 속에서 발휘되어야 합니다.

주의 은혜로… 김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