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자 사역 일기를 읽는 기쁨”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얼마나 방학이 되기를 손꼽아 기다리곤 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즐거운 방학은 언제나 짧기만 했고, 개학이 가까워지면 괴로웠습니다. 방학숙제를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었죠. 방학 숙제 중에서 가장 힘든 것은, 일기를 쓰는 것이었습니다. 때로는, 개학 전 날 밀린 일기를 한꺼번에 쓰느라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밀린 일기를 쓸 때, 가장 주의해야 하는 것은 날씨였던 것 같습니다. 맑음인지, 흐림인지, 비옴인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아서 쩔쩔매었던 기억이 납니다.

가정교회를 섬기는 목자님들은, 매주 목장 식구들을 어떻게 섬기며 사역을 했는지 일기를 씁니다. 그리고, 그 일기를 저와 함께 나눕니다. 매주, 주보함에 넣어주시면 저는 그 일기를 읽으면서 목장식구들의 사정 이야기를 듣고 기도제목을 챙기고, 때로 저의 생각과 조언을 그 일기를 통해 전해 드립니다. 일기가 밀리는 목자님들도 간혹 있지만, 매주 성실히 일기를 쓰며 사역을 하시는 목자님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말로 다 할 수 없습니다.

저는 목자님들께 가정 교회의 사역을 위임했습니다. 목자님들을 신뢰하고 과감하게 목양권을 맡겨 드렸습니다. 목자님들은 자부심을 가지고, 목장 사역에 대해 주도권을 갖고 목양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담임목사가 방임을 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목자님들은 책임감을 가지고 기도하면서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사역을 하지만, 그 과정을 언제나 담임목사와 함께 나누어야 합니다. 담임목사의 조언과 훈련과 양육이 늘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때로는 목자님이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을 만나기도 하고, 문제가 곪게 되기도 하고, 실패를 경험하고 목자님이 큰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목자님들을 위한 지속적인 훈련과 지원을 위해서, 단계별 삶 성경공부가 있고, 매월 둘째 주일 오후예배 후에 모든 목자 부부가 함께 모이는 총목자모임이 있고, 매월 넷째 주일 오후 예배 후에 목자 부부가 6개의 조로 나뉘어 모이는 목자부부 조별모임이 있습니다. 6개 조 중에서 한 개 조는 담임목사 사택에서 모여 식사하며 조별모임을 갖게 됩니다.

목자님들의 사역을 돕는 매우 중요한 한 가지 통로가 또 하나 있는데, 그것이 바로 목자 사역일기입니다. 목자님은 목자 사역 일기를 통해, 목장 식구들의 기도제목과 여러 가지 사정을 저와 나눕니다. 동시에 목장을 통해 경험하는 은혜를 나눕니다. 때로는 어려운 문제와 질문도 나눕니다. 목자님은 저의 조언을 통해 구체적인 도움을 받게 되기도 하고, 힘과 격려를 얻기도 합니다. 가정교회가 가야 하는 방향을 놓치지 않게 되고, 모든 목장이 조화롭게 하나가 되어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저는 목자 사역일기를 읽으면서, 목장이 얼마나 건강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살필 수 있게 되고, 더욱 구체적으로 목자님의 사역을 도울 수 있게 됩니다. 목자 사역 일기는 이렇게 매우 중요한 커뮤니케이션과 사역의 통로가 됩니다. 그래서인지, 어떤 교회는 사역일기를 제때에 제출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게 하는 교회도 있다고 하더군요.

저는 요즘, 목자 사역일기를 읽는 기쁨으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매주 A4용지 앞뒤로 빽빽하게 적은 서른 장이 넘는 일기를 일일이 읽고, 코멘트를 붙이려면 시간이 여간 많이 걸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 목자님들이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고, 목장 식구들을 사랑하며 희생하는 모습을 읽게 될 때에 그저 감사한 마음을 말로 다 할 수가 없습니다. 매주 일기를 적어가며, 영혼 사랑의 마음을 확인하는 목자님! 한분 한분을 뜨겁게 사랑합니다.

주의 은혜로… 김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