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예배에 참석하여 자신의 설교를 들어 준다는 것은 목사로서는 참 감사한 일입니다. 참석한 분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감사한 일이지요. 그런데 저는 제 설교를 듣는 많은 분들을 생각하며 한편 염려스러운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설교를 잘 듣기는 했지만, 생활에는 아무런 봉사나 섬김이 없는 분들을 보는 경우입니다.

섬김과 봉사가 삶의 변화를 가져옵니다. 설교는 열심히 들음에도 불구하고 그 삶에 봉사가 빠졌다는 것은 설교가 아무런 삶의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종종 보게 됩니다. “개인 사정상 봉사 활동은 하지 못하지만, 설교를 통하여 은혜를 받고 있고 믿음이 많이 자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러한 말씀이 그리 고맙지 않습니다. 믿음이 자란다는 것은 삶이 바뀌어지고 변화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삶이 바뀌기 위해서는 반드시 훈련과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정작 삶의 변화의 열매는 없으면서 생각 속에서 자신의 믿음이 잘 자라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나 착각일 수 있거든요.

태권도의 예를 보아도 그렇습니다. 형(型)을 아무리 익히고 외운다 해도 그것만으로는 소용이 없습니다. 대련을 통하여 싸우는 기술을 익히지 않는 동안은 태권도 실력은 거의 향상되지 않습니다. 저의 아들이 미국에 있을 때, 태권도를 배웠는데, 일주일에 몇 번씩 열심히 도장에 가서 형을 열심히 외워서 연습해서 심사를 보면 띠 색갈이 바뀌어 옵니다. 그러나, 띠 색갈이 바뀌는 만큼 태권도 실력이 바뀌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습니다. 호신술이나 무예라는 것이 그저, 형을 익히고 순서에 따라 무용하듯 움직이는 것만으로 향상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죠. 저도 초등학교 때에 제법 태권도를 배웠거든요.

믿음도 마찬가지 입니다. 믿음이 자라기 위해서는 봉사하며 섬기는 가운데, 이웃과 부딪치기도 하고 좌절도 맛보아야 합니다. 이웃과 부딪히면서 예수님의 성품을 닮아가고, 좌절을 겪으면서 하나님을 의지하는 법을 배우기 때문입니다.

목사도 자신이 설교하는 만큼 변화되어가는 삶을 살기 위해 얼마나 몸부림쳐야 하는지 모릅니다. 좋은 말씀을 전하고 듣는 것과, 정말 말씀대로 살기 위해 헌신하고 섬기며, 그 속에서 성품과 인격과 삶이 변화되어 간다고 하는 것과는 너무나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설교나 성경공부나 Q.T.를 통해 깨달음이 있다고 해서 믿음이 자라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에 지나지 않습니다. 배우고 깨달은 것에는 반드시 구체적으로 실천해 가는 과정과 수고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손 끝에 주님을 닮은 섬김이 있어야만 합니다.

헌신과 섬김을 외면하면서, 그저 듣기 좋은 설교로만 만족하는 성도들이 있을까 봐 조심스런 마음이 듭니다. 제가 전하는 하나님의 말씀이 삶의 변화의 열매를 가져오기를 오늘도 간절히 소원하며…

주의 은혜로…

김동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