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먼저 섬기던 교회를 설립하신 윤석렬목사님의 따님이신 윤정은권사님이라는 분이 계셨습니다. 윤권사님은 이화여대 영문학과 교수를 지내셨고 우리나라의 유명한 신학자인 유동식박사님의 부인이기도 하십니다. 그리고 재소자들을 후원하고 그들이 출소한 후에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흰돌회라는 기관을 만드신분이십니다. 권사님은 몇 년간 암으로 투병하시면서 시를 쓰셨는데 돌아가신 후에 ‘내 영혼의 노래’라는 시집으로 출판되었습니다. 그중에 제가 오늘 설교에 인용한 ‘감사’라는 시를 소개합니다.
『 감 사 』
발이 저리고 힘이 없어도 두 다리로 서서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으니 감사합니다.
가족과 둘러 앉아 식사를 할 수 있고
기운을 차릴 수 있으니 감사합니다.
출입은 부자유해도 찾아주는 친구들을
반가이 만날 수 있으니 감사합니다.
어린 시절을 회상케 하는 잊혀졌던 들꽃을 보고
감격과 행복에 젖을 수 있으니 감사합니다.
찬양하듯 푸른 하늘에 가지를 뻣고 서 있는
나무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으니 감사합니다.
얼굴을 스쳐가는 바람의 촉감에서
주님을 생각할 수 있으니 감사합니다.
머리 속에 떠올리면 미소가 나오는
귀한 얼굴들을 감사합니다.
눈이 마주치면 말없이 미소가
오가는 반려자를 감사합니다.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엄습할 때
주님께 달려갈 골방이 있음을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평안함을 감사합니다.
권사님이 연약함 속에서 발견한 것은 감사입니다. 그런데 그 감사의 조건은 결코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평범한 일상 속의 모든 것이 감사라고 고백합니다. 우리의 일생 속에 있는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우리는 그것이 하나님의 은혜인 줄을 모를 때가 있습니다. 일상 속의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인 것을 깨닫고 늘 감사하기를 소망합니다.
- 작은 종 이상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