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발자국…”

한 할머니가 전동차 안에서 초콜릿을 팔고 있었다. 비에 젖은 할머니 몸에서 퀴퀴한

냄새가 났다.

나무껍질같이 벗겨진 할머니의 손바닥 위에 초콜릿 몇 개가 놓여 있었다.

어린아이가 엄마를 조리며 칭얼대기 시작했다.

“초코렛….. 초코렛…...”

“이따가 엄마가 나가서 사 줄게. 보채지 말고 가만있어.”

아이 엄마는 혼내듯 아이에게 말했다. 아이는 입을 실룩거리더니 떠나갈 듯 소리치며

울어 댔다.

“으아앙!”

“알았어. 알았어. 초코렛 사 줄테니까 빨리 뚝 해, 빨리!”

아이 엄마는 지갑을 꺼냈다. 울음을 그친 아이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초코렛 하나만 주세요.”

샐쭉한 표정을 짓고 있던 아이 엄마가 할머니에게 돈을 내밀었다.

“네네, 드려야지요.”

할머니는 머리를 조아리며 아이 엄마에게 초콜릿 한 개를 건네주었다.

아이 엄마는 할머니가 건네준 초콜릿이 불결하다고 생각했다. 아이 엄마는 시트에

초콜릿을 닦았다. 그리고 초콜릿 한 조각을 잘라 아이 입에 넣어 주었다.

아이는 초콜릿을 오물오물 씹으며 해죽해죽 웃었다.

잠시 후, 아이 엄마는 아이를 업으려고 아이를 시트 위로 번쩍 들어 올렸다.

아이는 신발을 신고 있었다. 출입문이 열리자 그들은 서둘러 나가버렸다.

아이를 올려놓았던 푸른 시트 위에 빗물 젖은 아이의 흙 발자국 두개가 찍혀 있었다.

“아이구 이런! 사람들이 앉을 자린데 옷들 다 버리겠네…..”

초콜릿을 팔던 할머니는 시트 위에 나란히 새겨진 아이의 흙 발자국을 맨손으로 닦아

내고 있었다.

아이 엄마는 할머니의 손이 불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 손으로 전동차 시트 위에 흉하게 묻어 있는 아이의 흙 발자국을

아무렇지도 않게 닦아 냈다.

이 세상을 환하게 비추는 건, 작고 초라한 불빛들이다.

< 연탄길, 이철환지음>에서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