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곡을 연습하며...(첫번째)

2014. 2월 넷째주. 은혜의 자리

이 낮은 곳이 은혜라 하나님이 주신 축복의 자리라...

높은 자리, 명예, 사람들의 갈채, 이런 것들을 싫어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공부를 잘해서 학식이 높은 사람이거나, 자기 분야에서 성공하여 이름이 알려지거나, 크게 금전적 성취를 이루어 놓은 사람들, 늘 상석에 앉고 대열에 제일 앞장서는 사람들..어려서부터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교육받았으며, 남에게 대접받는 그 맛을 일부분이라도 본 사람은 높은 자리에 대한 미련을 쉬이 떨쳐버리기 쉬운 것이 아니다, 또 열심히 일하면 그 댓가를 (명예든 칭찬이든 지위든)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여겼다. 

위의 내용과는 달리, 오래 전에 우리교회의 성도님들 가운데 자기 일에 묵묵히 충성을 다하다가, 그러다 다쳐서 래원한 분들을 보게 되었다. 다치게 된 경위를 듣다가 작은 감동을 느끼며 그 이야기를 시로 적어 놓았었다.

두 아픔

늙기도 설워라커든 

장로님 회중기도 마치시고 내려오시다 미끄러지셨다

뼈에 실금이 가서 누워 계신다

나이 든 여권사님 점심김치 100포기 담그시고

교회에서 새우잠 자며 밤새 저미시다 어깨 못쓰신다

봉사하다 다치면 덕이 안된다고 쉬쉬

아프다고 말이나 시원하게 해보셨을까

쯧쯧 제 몸은 제가 간수해야지 하며

남의 이야기처럼 넘길 수 있을까

교회를 받치고 있는 수많은 벽돌

나도 그 작은 벽돌이 되겠다고

분명 주님께 진정으로 서원했건만

내 벽돌 이쁘고

남의 벽돌 미울까

길먼지에 빛바래고

부르터 터져버린 맨밑의 벽돌들

그 위에 이쁘게 알록달록 채색되고

마침내 받들어진 십자가여

우리 성도님 숨어 있는 정성

그 밑에서 받치신다

힘주어 받치신다

나를 비우시고 또 비우심은 하나님의 은혜를 채우시기 위함이라

비운다는 것은 쉬운 일일까? 마음을 비운다고 하지만 실지로 마음을 비우기 쉽지 않고, 마음뿐이 아니라 우리의 재산 명예등을 비우게 하실 때 순순히 순종할 수 있을까? 오히려 빼앗기는 느낌으로 절망에 빠지고 원망하고 주님을 멀리하고, 또 내가 이렇게 주님의 일을 많이 했었고 또 앞으로 많이 하려는데 빼앗아 가시면 어떻게 하란 말이냐라고 항변하지 않았을까?

은혜로 채운다는 것은 우리에게 또 어떤 의미일까? 은혜를 받으면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올까? 그러나 나는 예전에 새벽기도에서 보았던 성경구절을 떠올렸다

“그리스도인에게 복이란 하나님께 점점 나아가는 것이요 재앙이란 하나님께로부터 멀어지는 것이다”

그렇다

나의 재물과 명예를 허물으실 때 단순히 빼앗아 가는 게 아니라 그 속에 이끼처럼 끼어있었던 헛된 욕망과 잘못된 일들을 바로잡으시는 것이다. 그리하여 새로운 재질과 중심축이 주님을 향하여 바로 잡혀진 전혀 다른 토기를 만드시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비우시게 하시는 일들은, 마치 강건한 육체를 만들기 위해 훈련소에 입소시키는 것처럼 그러한 단련의 과정을 나에게 허락하시는 것 자체가 은혜이며 그 과정을 마치고 나면 저절로 강인한 병사가 되어 있듯이 축복은 저절로 따라 오는 것이다

나의 자리는 어디인가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다. 건축가이신 그분의 손길에 따라 내 앞의 벽돌의 위에, 옆에, 올리시는 대로 올라가는 것이다 , 그 위치에서 감내해야 하는 하중을 잘 견딜 수 있을까? 내 개인적 역량, 재물과 사회적 영향력으로 가능할 것인가? 문제없다, 내 자신의 것이 아닌, 하나님의 은혜로 채우신 것들은 쉬 무너지지 않을 것이며, 낡아지면 또 비우게 하시고 다시 채우시리라.

오후 늦게, 환자 없는 시간을 틈타서 시작한 찬양연습이 길어져 어느새 모두 퇴근하고 대기실의 불도 꺼져 버렸다, 하지만 주님이 마련해 주신 내 자리, 철저히 비우게 하심, 새로운 단련의 과정을 허락하심과 후에 주실 축복을 미리 감사하는 마음등으로 가슴이 벅차 올라서 진료실을 나서지 못하고 나는 그저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오늘 이순간도 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