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생일선물로 주신 풋사과 두 개”

저의 아버지는 아주 엄하고 무뚝뚝한 분이셔서 어렸을 때도 다가가기 힘든 분이셨습니다. 그래서 제겐 아빠라고 다정스럽게 불러보거나 아버지 품에 평안히 안겨본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거기에다가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 돌아가셨으니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아버지를 생각하면 저를 조용히 미소 짓게 하는 추억이 있습니다.

어느 날 제가 아침부터 셋째 형과 다투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아버님이 회초리를 들고 오셔서 형과 저를 번갈아 때리며 혼내셨습니다. 그때 부엌에 계시던 어머니가 나오시더니 “오늘 막내 생일인데 그만 좀 하세요?”라고 하셨습니다. 저도 몰랐는데 그날이 제 생일이어서 어머님은 부엌에서 미역국을 준비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어머니는 아들의 생일도 모르는 아버지를 그렇게 질책하신 것 같았습니다.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회초리를 내려놓고 집 밖으로 나가셨습니다. 얼마 후 아버지는 다시 집에 오셨는데 뒤 춤에 무엇인가를 들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뒤 춤에 있는 것을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제 손에 주고 가셨습니다. 제 생일은 여름인데 아직 사과가 다 익지 않고 풋사과가 나올 때입니다. 제게 사과를 주고 돌아서서 가시는 아버지의 얼굴과 뒷모습 속에서 생일을 몰랐다고 미안해하시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 풋사과 두 개는 제가 아버지에게 받아본 처음이자 마지막 생일선물이었습니다. 비록 무뚝뚝한 분이셨지만 그 풋사과를 통해 아버지의 큰 사랑을 느꼈습니다. 그것이 아버지의 사랑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트에 가서 풋사과를 보면 아버지가 생각납니다. 비록 제게 많은 추억을 남겨주지 않으셨지만 가끔씩 생각나곤 합니다. 좋을 때도 생각납니다. 아버지가 지금 계셨더라면 얼마나 좋으셨을까? 때로 힘들 때도 생각납니다. “아, 아버지도 이렇게 힘드셨겠구나.” 부모는 결혼하고 자식을 낳는다고 되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경험하며 조금씩 부모가 되어 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어리석어 부모님의 사랑을 깊이 느끼지 못하고 표현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부모에 대한 순종과 공경이 하나님이 주시는 축복을 누리는 길이라고 말씀합니다. 부모 사랑의 계명을 통해 늘 주님이 주시는 평안과 복을 누리길 소망합니다.

“자녀 된 이 여러분, 주 안에서 여러분의 부모에게 순종하십시오. 이것이 옳은 일입니다. ‘네 부모를 공경하라.’고 하신 계명은, 약속이 딸려 있는 첫째 계명입니다.‘네가 잘 되고, 땅에서 오래 살 것이다.’하신 약속입니다.(에베소서 6:1-3, 새번역)

- 작은 종 이상래 목사